주기적으로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 공연, 축제 정보를 확인하고 최대한 많이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연은 하루, 이틀만 하기 때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일정에 추가한다. 전시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도 하기 때문에 꼭 이날이 아니어도 된다는 여유로움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전시 종료가 임박했을 무렵에야 일정에 꾸역꾸역 끼워 넣어 지친 몸을 이끌고 부랴부랴 가서 여유 없이 보고 나오게 된다.
이번 전시도 비슷한 경우였다. 19일에 종료하는 전시가 있다는 것만 기억하고 정확히 어떤 전시회인지 잊어버리고 살다가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어 예울마루 홈페이지를 확인하니 다음날이 전시 마지막 날이었다. 미리 계획하고 여유롭게 방문하겠다는 다짐을 했건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부랴부랴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예울마루로 향하게 되었다.
여주전은 여수여자고등학교 출신 예술인들의 모임 '여주회'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전시회로, 이번 전시회에는 24명의 회원이 작품을 선보였다. '상사화(相思畵)'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리움을 담은 작품들'이 다른 듯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논밭에 둘러싸인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초록색을 보면 정겨운 느낌이 든다. 어릴 때는 동그란 민들레 홀씨가 보여도 불어서 날리기도 귀찮고, 바람에 날려 옷에 붙으니 짜증 낼 정도로 민들레가 지천에 널려있었다. 민들레를 보기 힘든 도시에 살게 되니 이런 곳에서 만나면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참 반갑다.
전시회를 가기로 마음먹은 이유. 전시회 소개 페이지에서 본 해바라기 그림이 마음에 들어 꼭 실물로 보고 싶었다. 홀로 떠난 여행에서 한여름 무더위에 시달려 녹초가 된, 내 눈앞에 나타났던 해바라기가 떠오르는 그림이었다. 쨍한 햇빛에 지친 몸을 이끌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를 건너 겨우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길가에 피어있던 해바라기가 딱 이런 느낌이었다.
해바라기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곧고 길쭉하고, 나보다 키도 큰 해바라기를 올려다 보면 이 가냘픈 식물이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 같은 묘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언젠가 채광이 좋은 내 집을 갖게 되면 해바라기를 키우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소망이지만 계속 상기시키며 열심히 살다보면 그런 날이 오겠지.
여름날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김향숙 작가님의 해바라기 그림이 몇점 더 있었지만 액자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선명하게 나와서 이 사진만 공개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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