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2022.03.25 세븐틴 6th 팬미팅 <SEVENTEEN in CARAT LAND> 후기

다정한다정 2022. 4. 2. 00:24

 

드디어 세븐틴 오프라인 공연을 봤다. 아주 긴 입덕 부정기를 거치고 독 활동기에 입덕을 인정한 늦덕은 이번에 무리해서 가지 말고 다음 콘서트를 노리자고 다짐을 했었다. 그렇게 다음 콘서트가 비대면이 될 줄 모르고 이 시국이 될 줄 모르고 다음이 있을 거라며 태평하게 기회를 날려버렸다지.

 

공연장 근처에 설렘을 안고 찾아온 팬들이 와글와글 모여있는 모습을 원래도 좋아하는데 세븐틴 오프가 처음이고 실제로 세븐틴 팬들을 본 게 처음이라 두배로 설렜다. 위버스, 트위터, 유튜브에서 보던 그 캐럿들이 여기 있는 거잖아!

예전 같았으면 여기저기 줄 서있고 "여기 무슨 줄이에요?" "저도 몰라요" 같은 대화들이 오고 갔을 테지만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나눔도 못하고 이벤트도 못하고 팬들의 커버 무대도 못 본다는 게 많이 아쉬웠다.

 

 

 

우중충한 하늘. 이때만 해도 비가 많이 올 거라는 생각을 안 했다. 자리에 앉고 나니 이게 웬걸. 예상했던 것보다 시야가 좋았다. 더 멀거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웠다. 세트 보며 두근거리고 뮤비와 음향에 두근거리고 캐럿봉이 중앙제어에 자동으로 연결되어 반짝거리는 모습에 두근거리고 기분이 너무 들떠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Rock With you 뮤비가 나오며 음악 소리가 점점 커지는데 '이거지! 내가 그리워했던 게 이거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울렁거렸다.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캐럿봉을 열심히 흔들었다.

 

 

 

 

첫곡은 샤이닝 다이아몬드. 늦덕이라 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는데 오프라인 공연 시작부터 샤이닝 다이아몬드를 불러주다니 역시 팬들을 잘 알아. 무대 가운데가 열리고 등장하는 멤버들이 하나같이 웃고 있어서 행복했다. 처음 문이 열렸을 때 디에잇의 환한 미소가 눈에 콕 박혀서 잊히지 않는다. 애써 광대를 누르며 표정 관리하는 멤버들과 아예 표정관리 망해서 싱글벙글한 채로 무대 하는 멤버들을 보니 나는 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루 종일 눈물 참느라 애썼다. 얼마만의 공연인데 우느라 제대로 못 보면 아쉽잖아.

 

멤버별로 자기소개와 짧은 인사를 했다. 호시가 트레이드 마크인 "지금 몇 시"를 선창 했고 대답은 할 수 없었기에 캐럿들은 "1010" 박자에 맞춰 소고와 클래퍼를 쳤다. 새로운 호랑해 음성을 준비해 온 호시가 귀여웠다. 다음에는 내 목소리로 1010분을 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응원봉과 기본으로 제공될 슬로건을 드는 것도 벅찬 사람이라 소고를 구매하지 않았는데 다른 캐럿들이 소고 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에 휩싸였다. 짐 좀 늘어나는 게 싫다고 이런 의미 있고 재밌는 굿즈를 사지 않은 과거의 나를 탓했다.

 

 

 

두 번째 곡은 홈런이었다. 동작도 빠르고 동선도 복잡한 곡이라 안무가 굉장히 화려하고 보는 재미가 있는 곡이라 역시 현장에서 직접 보니 짜릿했다. 방송으로 볼 때는 노래하는 멤버 위주로 화면에 나오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아서 유튜브로 풀캠을 찾아보는 편이었는데 내 눈으로 보니 좋고 현장에서 라이브로 들으니 더 좋고. 어떻게 이런 노래를 다 라이브로 부르면서 춤을 추는 걸까. 기립 금지만 아니었으면 일어나서 손뼉 치며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음 순서는 '셉력테스트 장학 대회'로, 세븐틴과 관련된 문제를 맞히는 게임 코너가 이어졌다. MC를 맡은 디노는 구호로 '디노님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를 외칠 것을 요청했다. 문제를 맞히기 위해 '디노님'을 연신 외치는 멤버들과 웬일로 나서지 않고 가만히 있는 승관이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디노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정한이 냅다 무릎을 꿇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왁자지껄한 멤버들의 모습을 보느라 눈치채지 못했는데 정한이 앞줄에 앉은 캐럿들에게 힌트를 받고 단번에 문제를 맞히는 직캠을 봤다. 역시 윤정한.

 

중간에 음향 사고가 발생했다.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나자 '아이고 사고가 났구나' 생각했는데 다른 캐럿들과 멤버들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멤버들은 영상편지 이벤트가 나오는 줄 알았다는 말을 했고 캐럿들은 팬을 위한 깜짝 이벤트인 줄 알았다는 후기가 많았다. 이벤트 해줄 사람은 없는데 쌍방이 오해하고 설렜다는 게 웃겼다. 호시가 '호시야 안녕~'으로 시작하는 팬들의 영상편지를 기대했다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멤버들의 먹시 태그를 맞히는 문제도 있었는데 대부분의 멤버들이 먹시 태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팬들을 잘 아는 모습을 볼 때도 재밌지만 팬들의 문화를 잘 모르는 모습을 볼 때도 참 재밌다. 멤버들은 문제를 맞힌 뒤, 캐럿들의 먹시 태그로 '캐럿들_여기_캐맛있어'를 만들어줬다. 신나서 모션까지 취하는 호시가 귀여웠다.

 

 

 

VCR이 끝나고 '지금 널 찾아가고 있어' 무대가 이어졌다. 방금까지 신나게 웃었는데 지널찾 전주가 들리고 무대 곳곳에 놓인 스탠드 마이크를 발견한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 새틴 셔츠를 입고 나타난 멤버들이 힘찬 목소리로 불러주는 지널찾이라니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오고 있지만 행복했다.

 

이어서 '폴링 플라워'를 한국어 버전으로 불러줬다. 멤버들이 한데 모여 '폴링 플라워' 안무 대형으로 서는 순간부터 또 벅차올랐다. 덕후를 그만두려면 벅차오르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던데 나는 아마 평생 덕후로 살 것 같다. 벅차오르는 감정 없이 사는 삶이 얼마나 지루하겠어. 비를 맞으며 보는 '폴링 플라워'는 아주 아름다웠다. 세븐틴은 꼭 다음 앨범에 '폴링 플라워' 한국어 버전을 수록해야 한다. 하는 김에 '24H'도 번안해서 수록해주면 좋고.

 

 

 

케이팝 노래 퀴즈 게임은 케이팝 교수님으로 불리는 승관이 MC를 맡았다. 이 게임에서 꼴찌를 한 팀은 팬들이 선정한 '멤버별 안 어울리는 노래'를 선보여야 했다. 미니 게임에서 정답을 맞힌 준, 도겸, 민규가 팀장이 되었다. 준은 정한, 조슈아, 디에잇을 팀원으로 뽑았고, 외국인 멤버가 가득한 팀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느꼈는지 정한은 특유의 열정을 잃고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말 승산이 없어 보이기는 했다. 평소에 게임을 하면 잘 나서지 않던 멤버들까지 필사적으로 정답을 맞히기 위해 애썼고 결국 준이 속한 팀이 꼴찌가 되었다.

 

멤버들이 하면 웃기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걸 실제로 보게 된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준은 GD'삐딱하게'를 불렀다. 수줍게 부르는 '삐딱하게'를 듣고 있으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비가 많이 왔는데 정말 미친 사람처럼 실실 웃었다. 디에잇은 호시의 '호랑이 파워'를 불렀다. 호랑이를 부정하는 디에잇이 부르는 호랑이 파워는 아주 귀여웠다. 잔뜩 신난 호시가 옆에서 같이 춤을 추니 두배로 재밌었다. 정한은 제시의 'Cold Blooded'를 불렀다. 정한이 섹시한 춤을 추는 모습은 실제로 처음 봐서 많이 놀랐다.

 

조슈아는 블락비 바스타즈의 '품행제로'를 불렀다. 단정한 왕자님처럼 생긴 사람이 품행제로를 부르며 열심히 춤을 추니 짜릿했다. 비가 정말 많이 와서 슈아의 머리도 젖고 옷도 젖는 상황이었는데 개의치 않고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에 엄청 설렜다. 그 비를 맞으며 무대 앞으로 나와 분위기를 띄우는 조슈아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나.

 

 

 

멤버들이 VCR이 많이 길다며 비에 젖고 있는 팬들을 자꾸 걱정했다. 사실 이때는 비가 많이 온다는 생각을 안 했다. 무대가 너무 신나서 비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내 가방이 젖고 옷이 젖고 신발이 젖어가는 걸 의식하지 못했다.

 

부릎팍 도사 VCR이 나오는 동안 참 많이 웃었다. 도사로 등장한 승관이 이끌어가고 디노와 조슈아가 한 마디씩 덧붙이니 쉴 새 없이 웃겼다. 특히 홍밴으로 등장한 조슈아가 승관의 '팍팍' 소리가 닭 우는 소리 같다며 따라 할 때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준이 '모토로라'와 '못 들어가'로 말장난을 할 때 감탄했다. '람보르진희'를 말할 때는 정말 환호하고 싶었다. '문 닫아'캐릭터를 맡았다고 지니의 주전자 뚜껑 닫으러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도 귀여웠다. 문짝만 한 귀요미 문준휘가 계속 화면에 잡혀서 재밌었다.

 

협상 전문가 역할로 등장한 정한과 우지가 '만약에', '그런데'를 반복하며 설득시키는데 자꾸 홀렸다. 사람이 이렇게 사기를 당하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전원우의 가르팡지르팡 판사님과 함께하니 환장할 것 같았다. 일반 그릇에 나오는 쟁반짜장에 머리가 띵했다.

 

그리고 부릎팍도사 코너의 하이라이트, 단다라 씨와 홍흥호 씨. 도겸과 호시가 나와서 칼군무를 추는 것부터 범상치 않았다. 기타 반주에 맞춰 즉석에서 노래를 만들어 불렀는데 이 노래 때문에 아직도 미치겠다. 머릿속에서 노래가 자꾸 맴돈다. '저 파란 하늘을 보렴~', '난 지금 비록 빨간색 옷을 입지만 우린 행복해', '원 앤 투 앤 스텝에 맞춰서', '빠라빠라 바바바' 이석민 씨와 권순영 씨는 이 노래를 음원으로 내서 책임져야 한다.

 

웃느라 고개를 숙일 때마다 머리에 고여있던 빗물이 주르륵 쏟아지고, 앞머리와 마스크를 타고 빗물이 흘러내리고, 바지로 빗물이 스며들고, 신발이 축축해졌다. 두껍게 입은 옷이 우비 틈새로 스민 빗물에 젖어가자 옷과 소지품에 신경이 분산되면서 집중력이 점점 떨어졌다.

 

 

 

잔뜩 산만해진 내 귀에 꽂힌 'AH! LOVE'의 전주, 그리고 정장을 차려입은 막내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귀여운 승관이가 멋있는 옷을 입고 분위기를 잡고 있으니 심장이 마구 뛰었다. 우리 막둥이들 너네가 최고다! 멋있다! 외쳐주고 싶었다.

 

'마음에 불을 지펴'2022325일 캐럿 랜드가 레전드로 꼽힐 거다. 쏟아지는 비를 원망하다가 마불지를 하는 순간 비에게 절을 하고 싶었다. 나른하고 섹시한 분위기의 곡에, 비에 젖어가는 머리와 셔츠라니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들 마음속으로 내뱉지 못한 험한 감탄사들이 있었을 거다. 내내 미쳤다만을 연신 (마음속으로) 외치며 감탄했다. 내 눈으로 담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던 무대였다.

 

HEY BUDDY를 부른 96즈의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안 그래도 신나는 곡을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더해 불러주니 우비를 던져버리고 응원봉을 흔들며 함께 뛰놀고 싶어졌다. 나중에 환호가 가능한 오프라인 공연에서 다시 불러줬으면 좋겠다. 그때는 꼭 일어나서 뛰어야지.

 

맏형들의 '도레미'는 정말 귀여웠다. 무대에 빗물이 고였는지 멤버들의 움직임이 조심스러웠지만 그마저도 귀여웠다. 도레미의 주인인 막내즈가 후반부에 등장해 함께하니 두배로 즐거웠다.

 

마지막은 최근 활동곡인 Rock with you로 장식했다. 비가 쏟아지는 무대에서 열심히 춤을 추고 노래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 이게 마지막 곡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괜한 아쉬움과 감동이 뒤섞여 눈물을 주르륵 쏟아내며 봤다. 비가 와서 눈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었다는 게 참 다행이었다.

 

앵콜의 첫 곡은 '같이 가요'였다. 원래 '같이 가요'를 들으면 울컥하는데 현장에서 라이브로 들으니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계속 울면서 들었다. 이 노래를 첫 번째 날 해줘서 고마워요. 이어지는 곡은 'BEAUTIFUL'이었다. 멤버들은 자주 언급하는 곡인데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늦덕에게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게 하던 곡. 그래서 아주 기뻤다.

 

마지막 곡은 '아주 NICE'였다. 무한 반복되는 '아주 NICE' 감옥에 갇힐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소리를 못 지른다는 게 아쉬웠지만 언젠가 마음껏 소리 지르며 즐길 수 있는 날이 있을 테니까. 비에 젖었으면서도 아주 신났다. 응원봉을 신나게 흔들며 즐겼다.

 

공연 내내 세븐틴 멤버들은 비에 젖어가는 캐럿들의 모습을 보며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함성도 지르지 못하고, 의사표현을 하던 소고마저 젖어 둔탁한 소리를 내고 있으니 안쓰러울 만도 했지. 그래도 괜찮았다. 오히려 먼 훗날 '폭우가 쏟아지던 날 했던 야외 공연이 있었지'라며 두고두고 회자될 공연에 내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 걸.

 

지난주 금요일에 캐럿 랜드를 보고 내 몸은 비록 현실로 돌아왔지만 영혼은 보조 경기장에 남아있다. 공연은 끝났지만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일요일에 딜레이 영상을 보며 다시 그때의 감동을 느껴야지. 세븐틴은 최고였다.

 


- 2022 캐럿랜드 세트리스트 -

 

1. 샤이닝 다이아몬드

2. Ment (공연 홍보)

3. Home;run

4. Ment

5. 셉력테스트 장학 대회 (MC 디노)

6. VCR (공연 준비)

7. 지금 널 찾아가고 있어

8. Fallin flower 한국어 ver

9. Ment

10. 케이팝 노래 퀴즈 게임 (MC 승관)

11. VCR (부릎팍 도사)

12. 유닛 리버스

- 막내즈 AH! LOVE

- 97즈 마음에 불을 지펴

- 96즈 HEY BUDDY

- 95즈 도레미

13. Ment

14. Rock with you

15. Ment (엔딩 크레딧)

-앵콜-

16. 같이 가요

17. Ment

18. BEAUTIFUL

19. 아주 N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