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맞을 백신이면 빨리 맞고 싶었다. 빨리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그래서 잔여백신 티켓팅에 참전했다. 아이돌 덕후 경력, 뮤지컬 덕후 경력이 몇 년인데 백신 티켓팅 정도는 성공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눈에 불을 켜고 잔여백신을 주웠다. 덕분에 7월 중순에 1차를 맞았고 8월 초에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그렇게 접종 완료하고 몇 개월을 마음 편하게 살았는데 백신 패스 유효기간이 180일로 정해지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180일이 되기 전에 맞아야하는데 2월 중순은 빠듯했고, 2월초에는 설이 있으니 백신 휴가까지 사용하며 쉬기가 곤란했다. 접종 직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여유를 두고 맞고 싶었다. 그래서 150일 남짓 된, 지난 10일에 3차 부스터샷을 맞으러 갔다.
퇴근하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 접종 예약 시간은 오후 4시였지만 1시간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바로 맞을 수 있다고 하셨다. 문진표를 작성하고 잠깐 대기한 뒤에 백신을 맞았다. 주사를 무서워하는 편도 아니고 반년 간 세 번이나 같은 주사를 맞게 되니 덤덤했다.
1차, 2차 때는 접종 후 15분을 앉아 있다 가야했는데 이미 2번 맞았고 문제가 없었으니 바로 가도 된다고 하셨다. 병원 입장부터 퇴장까지 8분도 안 걸린 것 같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갔는데 예상보다 빨리 끝나서 놀랐다.
참… 여름에는 당연하게 반팔 옷을 입으니 접종 룩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는데 겨울이라 소매가 길고 두꺼우니 옷이 걱정되었다. 겨울옷을 벗고 다시 입는 게 번거로울까봐 옷장을 뒤져 여름에 입던 반팔 티셔츠를 꺼내 입고 외투를 입었다. 맨투맨이나 스웨터를 입었다면 매우 불편했을 것 같다.
백신을 맞았으니 몸이 고생할 거야
그러니 맛있는 걸 챙겨먹고 몸보신을 해야지라며 백신 맞자마자 친구와 함께 야끼소바, 차슈덮밥, 쌀국수를 해치웠다. 요양하는 동안 먹을 거라며 빵을 잔뜩 사 왔고,겸사겸사 간식거리도 사 왔다.
1차, 2차 백신을 맞은 뒤에 열이 있었고 너무 피곤해서 이틀 정도 잠만 잤다. 이번에도 피곤하겠거니 생각하고 백신 휴가기간 동안 낮잠을 푹 자려고 계획했는데 아무렇지 않다. 접종 당일과 다음날 미열이 있을 뿐, 일상생활이 곤란할 만큼 피곤하지도 않았다. 3일 차인 어제는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주사 맞은 쪽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면 그제야 내가 백신을 맞았었지 떠올릴 만큼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멀쩡한 상태로 집에 있으려니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백신을 맞았는데 너무 괜찮으니 민망하다. 나대지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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